



[ 습관적 힘의 추구 ]
우리는 한때 함께 누워 풀들에 얽힌 벌레들의 소란을 들었다. 되지도 않는 멍청한 상상을 하고, 괴상망측하거나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던 그때의 우리는 무엇을 추구했는가. 어쩌면 레오, 너는 아주 오래전부터 힘을 추구해왔을 것이다. 꺼질 줄 모르는 열정. 무모함과 대범함의 경계에 선 도전정신. 대련 후 뻗은 손과 입가에 맺힌 쾌활한 웃음 따위가 그것을 증명했을 것이다.
그에 관해 손가락질하던 사람은 없었다. 이따금 무모함에 혀를 차거나 '조금은 자제하는 것도-' 라는 말이 떨어지기야 했지만, 네가 자람에 따라 점차 줄어들었다. 너는 타인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 힘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니었으며, 열정에 응당한 노력을 하는.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를 그런 사람 중 하나였을 테니까. 정의를 위하고, 누군가를 멋지게 지켜보이겠다던 어린 날의 약속 따위를 신념으로 세운 너를 비틀리고 맹목적인 자라 떠들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었을까.
아니, 레오. 사실 그때의 우리를. 우리가 가진 어떤 욕망과 꿈들을 크게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우리가 선 이 땅이 멸망과 닮아있지 않았던 어떤 때에,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열망하든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꿈과 열망으로 인해 우리는 누구도 죽일 수 없었고 죽이려 들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의 우리는 다르다. 각자의 꿈은, 열망은 어떤 곳을 향하고 있었던 서로를 겨누는 창이 되었다. 그러니 레오, 네 열망이었고 네 꿈이었던 '강함' 은 어쩔 수 없이 가장 강력한 창이 되었다. 단지 어린 날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을 뿐인 힘에 관한. 지켜주겠다던 약속의 대상을 잃어 반쪽짜리가 되어버린 열망도 모두 누군가에게는 비난과 적대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한때 함께 누워 풀들에 얽힌 벌레들의 소란을 들었다. 으깨지는 잡음이 끼어든 것에 관하여 안타까움을 표하기엔 우리 너무 오랜 시간 등 돌려 걸어왔다.
물구나무를 서고 기행을 벌이던 복도는 여전한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던 여름의 바람은 여전히 불어오는가. 세상의 시간도, 계절도 우리 어렸던 날과 다름없이 흘러가는데 어째서 우리만 이토록 변해버렸는지. 레오, 역시 네 쾌활한 미소가 그립다. 실없고 단순무식하게 떠들던 말들이, 요란한 발소리로 무리를 소란스럽게 만들곤 했던 행동 하나하나는 전부 오래전에 놓고 와버렸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소는 여전했고, 우울함에 빠지거나 끊임없이 독설을 뱉지도 않았지만 너는 명백하게 달라져 있었다. 이어지던 말은 툭 끊기기도 하고, 행동에는 무게가 더해졌으며 깊어간 감정의 골은 그렇게나 알기 쉽던 네 감정 따위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레오, 웃어볼래? 하는 말을 뱉기엔 네 입가에는 언제나 미소가 머물러 있다. 낙천과 긍정은 잃었는데 미소만은 여전했다.
네 미소를 곱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투정에 불과했을까. 너는 공포에 반응하는 인간의 기본적 본성을 잃은 것만 같다. 금세 휙휙 바뀌곤 했던 성격은 온데간데없고, 가시지 않는 미소는 가시적인 침착함을 대변한다. 어떠한 일이 닥쳤을 때 당황하고 멈추어 서기보다는 사고하고 나간다거나, 쉽게 겁먹고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야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겠다만. 이제는 정말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그렇다고 너의 나아감이 네가 꿈꾸던 신념을 향한 성장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큰 키 탓에 웃는 상으로 조각된 장승 같다던 말은 더 우스갯소리만은 아니게 되었다. 그저 웃고만 있다.
[ 승부욕 강한, 독기 ]
한 번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불꽃은 너를 설명하기엔 충분한 말이었다. 넘치는 열정, 강한 승부욕. 대련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말을 외친다.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멸망과 닮아가고 누구도 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악이었다면, 레오. 너는 네가 추구한 정의로 그를 이기기 위해 덤벼들었겠지만 그 아래에 깔린 것은 독기도 처절함도 아니었다. 대련에서 이기고자 함은 승부욕에 지나지 않았고. 승패는 언제나 누군가 먼저 지치거나 그만- 하는 말을 외치는 것에서 갈렸다. 바델을 향한 적개심은 본래의 네 성질과 전쟁이라는 상황에 뒤섞여 폭력성과 과격성을 떠앉았다. 바닥에 붙어 밭은 숨을 몰아쉬능 것을 보고서야 들을 돌리는 것이 지금의 너이다.
물론, 지금의 우리는 누군가 패한 뒤 손으로 뻗으며 수고했어-, 하는 말을 나누고 상기 된 뺨에 물을 튀기는 일 따위 할 수 없을 것이다. 장송곡을 고민할 새도 없이 패한 자의 몸뚱이를 넘어서 걸어가고. 다음 대련을 약속하며 손을 흔들기에는 우리에게 다음이 남아있지 않다. 그러니 네 행동은 아주 이해할 수 없다고만은 할 수 없을 텐데. 그럼에 너를 향항 시선이, 평가는 더 이상 승부욕 강한. 열정적인과 같은 호평이 아닌 이유는 아마도 아군과의 대련에서, 항복을 외치고 손을 내저어 보이던 누군가의 얼굴을 강하게 내리쳐 피를 보고야 만 네 행동에 있다.
@XXXX_MY_Y0U 님 커미션

Personality



우리, 새삼스럽게 굴진 말지?
레온하르트 / Leonhardt
국적 - 아가데
197cm / 90kg

불꽃종족
스태프, 두꺼운 붉은색 노트, 검고 얇은 책, 깃펜, 단도 2개, 금속 머리장식 1개, 안대 2개

belongings

직업: 용병
가족: 졸업 후 절연.
생일: 8월 17일.
호: 사자, 불, 사과, 빵, 온기.
불호: 정적, 냉기, 흑마법.
외관적 특징: 두 눈을 다 가리는 안대와 오른쪽의 땋은 머리 끝을 두른 금속 머리장식을 제외하곤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았다.
옷도 흰색 바탕에 얇고 반투명한 흑색 천을 두른 심플한 아가데 풍.
왼쪽 팔에 문신이 더 생긴 것 같다.
5년 간: 졸업 직후 가족과 절연하고서 바빌론에 거처를 잡았다.
뒤숭숭한 소문이 도는 지역을 거쳐가는 사람을 호위해주거나, 그 근원을 찾거나 제거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용병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거래하기도 하는, 암암리에선 꽤나 알아주던 정보상.
다만, 어느 쪽 일에서나 바델 관련인의 의뢰는 받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름: 레오는 애칭 겸 의도치 않은 가명이었다. 자신도 본명을 알게된 것은 가족의 정체를 알게된 시기와 같다. 지금까지 입을 열 타이밍을 재지 못한 듯. 용병 일을 할 때는 여전히 ‘레오’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et cetera

